한국 전통 문양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 소개했던 아이디젠도 작업하면서 매번 멈칫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으니
다름 아닌 '고유한 한국 전통 문양은 어떤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정답은
알 길이 없다.
왜?
문헌적,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여 추론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기록적 근거는 삼국 시대 정도까지만 남아 있고 그 이전의 자료는 찾기 어려우며
비교 대상이 되는 당시 해외 관련 자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으며
기록이나 유물로 남아 있는 자료들 역시
해외 자료나 유물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명확히 우리만의 고유한 문양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문양에 있어서는 고유라는 표현보다는 전통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언어적 선택이 아닐까 해서 줄곧 전통문양이나 전통무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디자인은 새롭게 저를 괴롭히는 디자인의 갈등 요소들입니다.
이렇게 표현된 일러스트 이미지를 종종 보셨을 텐데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한국적이다.
중국스럽다.
니뽄 스타일이다.
다 다르게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름인지 바람인지 문양도 그렇고
수파문이나 연등, 매화문, 벚꽃 문양 등 아시아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양에
한자 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신년 인사말로 "근하신년"을 많이 사용하니 더욱 혼란스럽죠.
혼란을 줄이고자
"문화 예술 이야기"라는 한글을 넣고
우리 전통의 누각을 함께 표현하면 조금 더 한국적인 느낌에 가까워집니다.
단, 유럽이나 아메리카 사람들이 보면 어차피 한국, 중국, 일본 구분을 못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일단, 한자들이 들어가니 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더욱 헷갈리겠지요.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요?
한국적인 느낌이 나시나요?
아니면 중국이나 일본 느낌이 나시나요?
더 강렬하게
모델의 전신까지 표현하여 적용하면 어떨까요?
게다가 꽃문양조차
매화, 벚꽃, 무궁화 모두 오떡잎이다 보니 문양으로 표현하면 구분도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 더욱 헷갈리지요.
게다가 위의 모델은 일본의 게이샤 같지만
실은 중국 여인의 모습이랍니다.
중국이나 일본 모두 비슷한 복식 문화가 있고 우산도 비슷한 형태로 제작해서 사용했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한국적인 느낌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한 소재는 이미지들을 정리해 보면
소재는 비슷하거나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떤 대상물을 넣고 빼느냐에 따라 문화적 느낌이나 출처가 다르게 보여집니다.
이렇게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의 대표적인 상징물을 넣으면 중국적인 스타일이 되고
이렇게 표현하면 한국의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을 일부 주고(물론, 우리는 쉽게 식별이 가능하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적인 느낌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있으나
다시 중국의 천안문을 넣으면 중국적인 느낌이 들게 됩니다.
문화적, 예술적 접근은
이래서 참 어렵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트렌드만 쫓아 유행하는 디자인 요소들을 적당히 배치하여 뚝딱 편집하면 편하겠지만
이것저것 재고 맞추고 형식을 갖추려다 보면 머리에 떠오르는 심상이나 디자인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죠.
이런 문화적 경계의 희석화를 설명하기에 좋은 예가 위의 수파문입니다.
A는 세계 각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파도(물결) 무늬입니다.
반면
B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수파문의 전형적인 형태인데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문양들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문화적 경계가 무너지는 세계화 추세를 따르는 것인지 문화적 침탈인지 쉽게 구분은 가지 않지만 요즘 이런 추세랍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본식 문화와 술집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인테리어나 장식 등이 널리 사용되면서 문화적 경계가 많이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죠.
문화적 교류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다시 분열과 혁신이라는 과도기를 거쳐
새로운 문화를 잉태하는 것이 역사의 큰 흐름이라면
단순한 제 머리로 따르기가 버겁네요.
그래서 제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그대로 표현하듯이 오늘 내용 역시 중구난방 수준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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